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동남쪽 끝, 지도 위에서 마치 땅거스러미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국경의 도시 훈춘시, 그리고 그 최동단에 위치한 방천(防川, 팡촨)입니다. 이곳은 단 한 걸음, 혹은 고개 한 번 돌리는 것만으로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라는 세 개의 나라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지구상 몇 안 되는 신비로운 접경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출발해 연길을 거쳐 훈춘에 도달하는 여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분단과 대륙의 흔적, 그리고 유라시아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 여행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방천풍경구는 훈춘 관광의 절대적인 밥줄이자,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핵심 랜드마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안망삼국(한눈에 삼국을 바라본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방천풍경구와 용호각, 그리고 그 주변의 역동적인 현황까지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1: 훈춘시와 방천, 그리고 국경의 역사적 무게
훈춘시(珲春市)는 행정구역상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속해 있지만, 그 지명의 유래부터가 남다릅니다. '강어귀'를 뜻하는 만주어에서 유래한 훈춘은 고대부터 한반도와 대륙을 잇는 요충지였습니다. 고구려 시절에는 북옥저의 중심지로서 '치구루'라 불렸고, 당나라와 발해 시기에는 동경용원부와 책성이 자리 잡았던 역사의 무대입니다.
조선 시대 세종대왕 시기부터 조선은 4군 6진을 개척하며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을 확립했고, 훈춘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두만강 건너편 러시아 하산 지역의 산성 유적에서는 고려 및 조선 양식의 기와와 옹기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되어 당시 선조들의 치열한 발자취를 증명합니다. 1920년에는 독립군과 일본군의 격전지 중 하나인 훈춘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 우리 민족의 애환과 역사가 서려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훈춘은 러시아, 북한과 국경을 맞닿은 특수성 덕분에 러시아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제 도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창훈도시간철도가 개통되면서 창춘 등 주요 대도시에서 3시간대 접근이 가능해졌고, 훈춘역이나 시내 상점가에는 중국어, 러시아어, 조선어(한국어)가 3개 국어로 병기된 풍경을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현대백화점(물론 한국의 그 백화점과는 운영 주체가 다른 별개의 공간입니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이 지역의 독특한 이국적 활기를 보여줍니다.
본론 2: 방천풍경구의 하이라이트, 일안망삼국과 용호각(龍虎閣)
방천촌 일대에 조성된
방천풍경구의 압도적 랜드마크는 바로 용호각(龍虎閣) 전망대입니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용호각의 고층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눈앞에는 거짓말처럼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중국: 발 아래로 중국 영토의 끝자락이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러시아: 두만강 너머 동쪽으로는 러시아 하산(Khasan) 지역의 야트막한 구릉과 철길, 그리고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수평선이 희미하게 어른거립니다.
북한: 서쪽과 남쪽을 감싸며 흐르는 두만강 건너편으로는 북한의 접경 지역 마을과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옵니다.
국경 기념비인 '토자패' 등 일부 구역은 국경 관리 및 신분 제약(외국인의 경우 출입 제한 구역 존재)으로 인해 직접 만져보거나 근접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지만, 용호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삼국의 조망 자체만으로도 방문의 이유는고도 남습니다. 강물이 유유히 흘러 동해로 나아가는 그 경계선에서, 세 나라의 국경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정학적 현실을 눈으로 목도하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본론 3: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의 꿈과 훈춘의 미래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훈춘시의 남동쪽 끝은 북한과 러시아 영토에 가로막혀 아슬아슬하게 동해 바다와 직접 닿지 못합니다. 이 1퍼센트의 아쉬움, 즉 바다로 향하는 직통 주도권을 쥐지 못한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동해 진출을 위한 다양한 루트와 프로젝트를 모색해 왔습니다.
청나라와 제정 러시아 시절 체결된 아이훈 조약과 베이징 조약으로 인해 지금의 닫힌 국경선이 확정되었으나,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은 팡촨 일대에 내륙 항구를 건설하고 두만강 물줄기를 활용해 동해안으로 나아가는 '두만 프로젝트'와 취안허(圈河) 일대의 부두 및 물류 인프라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물론 이 거대한 구상 뒤에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국제 정세가 얽혀 있어 실효성과 완공 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춘 방천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물류와 지정학적 변화가 꿈틀거리는 가장 뜨거운 현장임에 틀림없습니다.
결론: 대륙과 바다의 경계에서 마주한 여운
훈춘 방천풍경구와 용호각은 단일한 여행지 이상의 깊은 사색을 선물합니다. 중국의 대륙적 스케일, 러시아 연해주와의 역사적 접점, 그리고 닿을 수 없는 북녘 땅의 풍경이 두만강이라는 하나의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곳.
화려한 리조트나 테마파크의 자극적인 재미는 아닐지라도, 국경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세계 지도를 눈으로 읽어 내려가는 듯한 묵직한 감동을 원하신다면 훈춘 방천은 반드시 여권에 도장을 찍어두어야 할 버킷리스트입니다. 대륙의 끝이자 새로운 바다를 향한 시선이 머무는 곳, 훈춘 방천에서 삼국을 한눈에 담는 특별한 여정을 계획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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