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국내 최대 농축산물 유통망의 위기와 마주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농축산물 유통망을 자랑하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전례 없는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2,200여 개에 달하는 점포를 운영하며 국산 농축산물의 든든한 판로 역할을 해온 하나로마트는 오랫동안 우리 식탁의 안방을 책임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 지역 소멸 위기, 그리고 이커머스 중심의 유통 시장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만성적인 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야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을 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올 만큼 경영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실제로 농협 유통 계열사인 농협하나로유통은 2022년 3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 309억원, 2024년에는 무려 398억원이라는 막대한 적자를 떠안았습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농협유통 역시 순손실 규모가 2022년 183억원에서 2024년 352억원으로 급증하며 부실의 폭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하나로마트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하에,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반전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Ⅱ. 본론 ①: 지역 상권의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외국인' 공략
하나로마트가 적자 타개를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지역 상권의 새로운 손님들입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역 경제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1년 약 195만 명에서 지난해 약 278만 명으로 4년 만에 42.2% 급증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79%에서 5.44%로 훌쩍 커졌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지방의 주요 산업 도시에는 제조업 종사자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이 지역 상권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산 농축산물 판로 확대라는 설립 목적 때문에 그간 수입 농산물 판매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하나로마트는 이러한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국산 중심으로 유지하되, 외국인 근로자들의 향수를 달래고 실질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글로벌 식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결단했습니다.
글로벌 푸드 매장의 폭발적인 성장:
국내외 식품을 함께 판매하는 복합 매장은 지난해 말 127곳에서 올해 들어 불과 몇 달 만에 159곳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월평균 매출액 역시 지난해 22억 6,000만 원 규모에서 올해 상반기 25억 5,000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특히 외국인 밀집 지역인 경남 남창원농협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글로벌 푸드 매출은 월 9,100만 원을 기록하며 전국 1위를 차지했고, 충남 서산농협과 경북 김천농협 본점 등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인기 품목 역시 다채로워졌습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몬 뉴월남쌈’을 비롯해 홀그레인머스터드, 스위트칠리소스, 각종 향신료와 세계 각국의 소스류 등 과거 하나로마트 매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색 상품들이 마트의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Ⅲ. 본론 ②: 다이소 입점과 대형 약국 도입으로 체류 시간 극대화
외국인 공략뿐만 아니라, 내국인 고객의 발길을 다시 불러 모으고 매장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공간 혁신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통가에서 가장 강력한 집객력을 자랑하는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와 전문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창고형 대형 약국'을 하나로마트 내부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다이소와의 전략적 동행:
소비자들이 마트를 찾는 이유를 다각화하기 위해 하나로마트는 공간 임대 및 숍인숍 형태의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다이소가 입점한 하나로마트 점포는 60여 곳에 달하며,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보기와 함께 생필품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대형 약국 및 복합 편의 시설의 등장:
단순히 식료품을 사고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울산원예농협 하나로마트 본점에는 약 360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약국이 문을 열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넓은 면적과 다양한 의약품·의약외품 구색을 갖춘 창고형 약국은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대폭 늘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로마트는 과거의 경직된 운영 방식을 탈피하고, 다목적 복합 유통 공간으로 변모함으로써 고정비를 상쇄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다각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Ⅳ. 결론: 하나로마트의 변신이 시사하는 유통가의 교훈
농협 하나로마트의 최근 행보는 급변하는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공룡 같은 규모를 가졌더라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만성 적자라는 무거운 경영 위기 속에서도, 하나로마트는 철저한 현장 분석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라는 새로운 핵심 고객층을 발굴하고, 다이소와 대형 약국 같은 강력한 테넌트를 유치하여 공간의 가치를 재창출해냈습니다.
국산 농축산물의 판로를 지킨다는 공익적 가치와 생존을 위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하나로마트의 과감한 '반전 드라마'는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 시장 전체에 신선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앞으로 하나로마트가 이러한 체질 개선을 발판 삼아 만성 적자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지 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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