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후반전,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무슨 컴퓨터 조립이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 새로운 활력을 선물해 주는 소중한 놀이터이자 배움의 과정이다.
1. 먼지 쌓인 중고 부품과 씨름하며 배운 삶의 이치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는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기계치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기에 메인보드에 CPU를 장착하는 것조차 손이 떨릴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인터넷 구석구석을 뒤지고 유튜브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하나씩 익혀나갔다.
특히 쌈짓돈을 아끼려 틈틈이 장터에서 중고 부품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부품도 세월의 흔적이 있는지, 혹은 호환성에 문제가 있는지 조립을 마친 뒤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이 들어오지 않던 그 아찔한 순간들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어디가 잘못된 거지? 램을 지우개로 딱아서 다시 꽂아보고, 수은 전지도 새것으로 갈아 끼워보기도 하고..."
밤을 지새우며 원인을 찾아 헤매다 결국 메인보드 쇼트(Short) 원인을 찾아내고 마침내 영롱한 부팅 화면을 마주했을 때의 그 희열이란! 단순히 기계를 고친 것을 넘어, 꼬인 삶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낸 듯한 묘한 성취감이 온몸을 감쌌다. 완제품을 사는 것과는 비할 바 없는, 내 손때 묻은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나만의 보물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2. 수원천과 화성 성곽 길을 걸으며 건네는 사색
컴퓨터 부품과의 씨름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 발걸음을 옮긴다. 수원의 품인 수원천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방화수류정에 올라 잔잔한 용연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조선시대 선조들이 왜 이 아름다운 곳에 터를 잡고 풍류를 즐겼는지 고개가 숙여진다. 연무대 성곽을 따라 찬 바람을 맞으며 걷는 발걸음마다 지나온 세월의 단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세상은 참 빠르게도 변하지만, 이 오래된 성돌은 의지처럼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가끔은 아내와 함께, 혹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벗들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 불어오는 바람은 어떤 보약보다 시원하고 달콤하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두 다리에 힘을 싣는 순간만큼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곤 한다.
3. 소소한 일상과 단상이 모여 비·제이랜드가 되기까지
컴퓨터를 고치며 얻은 인내와, 길을 걸으며 얻은 여유는 결국 내 삶의 커다란 자산이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내가 직접 겪고 고민한 흔적들을 기록으로 남길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도 나는 이 작은 공간에 기계 부품을 조립하듯 정성스럽고 투박하지만 진솔한 내 인생의 파편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생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속에는 오롯이 나의 숨결과 진심이 담겨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