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향을 바꾸려 버둥거리지 않고,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기듯 살아가는 일. 그것이 우리가 잊고 지낸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궤적일지도 모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 애쓰고,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내딛기 위해 숨을 헐떡이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가득 찬 잔에는 더 이상 좋은 차를 담을 수 없고, 너무 빨리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없습니다.
"적게, 좀 모자라게."
이 말은 삶을 포기하거나 게으르게 살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안에 넘쳐나는 욕심의 부피를 줄이고, 그 비워진 자리에 진짜 소중한 것들을 채워 넣겠다는 다짐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스스로를 갉아먹는 대신, 조금은 빈틈이 있고 투박하더라도 그 자체로 나다운 삶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100%를 채우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굴러갑니다. 오히려 80%만 채웠을 때 느껴지는 그 은은한 여백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받아들일 넓은 품을 갖게 되고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됩니다. 모자람은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머무는 여유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 가져다주는 선물
놓쳤던 일상의 발견: 빨리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길가의 들꽃이, 천천히 걸을 때 비로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넵니다.
깊어지는 관계: 속도를 늦추면 곁에 있는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됩니다.
나 자신과의 조우: 서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지금 나는 정말 행복한가?"라는 내면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계절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가을의 붉은 잎이 다 떨어져야 비로소 겨울의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겨울이 춥고 길다고 해서 봄을 재촉하지도 않습니다. 자연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저마다의 속도대로 묵묵히 제 시간을 채워갈 뿐입니다. 우리 삶의 속도 역시 타인의 시계에 맞출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남들이 앞서간다고 해서 조바심을 낼 이유도, 뒤처진다고 해서 낙담할 이유도 없습니다. 나의 계절은 오직 나의 속도로 걸어갈 때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는 숨을 조금 더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걸음마다 아주 약간의 쉼표를 찍어보면 어떨까요? 채우려 하기보다 덜어내는 기쁨을 배우고, 속도를 내기보다 방향을 음미하는 삶. 조금 모자란 듯 채워진 하루 속에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걷는 발걸음이야말로 우리를 진짜 '살아있게' 만드는 가장 멋진 지도일 것입니다. 비워진 여백만큼 깊어지고, 느려진 속도만큼 단단해지는 그런 삶을 향해, 오늘도 다정하게 한 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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