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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7일 금요일

망각(忘却)에 대하여

망각은 흔히 기억력의 감퇴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아쉬움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시험 직전 잊어버린 공식 앞에서 탄식하고, 소중한 추억의 단서가 흐릿해질 때 우리는 기억의 유한함을 탓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만약 인간에게 완벽한 기억력만이 주어진다면 삶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매 순간 겪었던 상처와 부끄러움, 지나간 슬픔까지 선명하게 짊어진 채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망각은 뇌의 결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기 위해 우리 몸이 고안해 낸 가장 따뜻하고 지혜로운 방어 기제인지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날카롭던 감정의 모서리가 둥글게 닳아지는 것은 망각이 베푸는 은총입니다. 어렸을 적엔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던 실패와 이별의 아픔도, 계절이 몇 번 바뀜에 따라 서서히 빛이 바래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을 온전히 기억하며 살기엔 우리의 마음 그릇이 너무나 작기에, 뇌는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내고 자리를 비워줍니다. 잊는다는 것은 곧 삶의 무게를 가볍게 털어내고, 다가올 내일을 맞이할 빈자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문득 길을 걷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혹은 오래된 노랫말 속에서 잊고 지냈던 기억의 조각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완벽하게 지워진 줄 알았으나 마음의 깊은 지층 어딘가에 조용히 잠들어 있던 기억들입니다. 망각은 기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장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깊이로 가라앉혀 주는 일종의 정화 작용에 가깝습니다.

오늘 밤, 머릿속을 복잡하게 어지럽히던 수많은 생각과 걱정들을 잠시 내려놓아 봅니다. 오늘 하루를 견뎌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썼노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때로는 잊어도 괜찮을 일들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모든 것을 움켜쥐려 애쓰기보다 비워낼 줄 아는 지혜 속에서, 우리의 삶은 비로소 잔잔한 평온을 찾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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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놓치고 후회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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